정희동 작가의 시집 ‘활, 그 치명적인 유혹’ 출간

‘설자리’의 깊이 있는 탐구

2026-01-16 15:42 출처: 반달뜨는꽃섬

이 시집은 국궁(國弓)이라는 전통적 행위를 매개로 한 인간이 삶의 선택 앞에서 취해야 할 윤리적 자세와 존재의 긴장을 끝까지 밀고 나간 작품이다

서울--(뉴스와이어)--정희동 작가의 시집 ‘활, 그 치명적인 유혹’(출판사 반달뜨는꽃섬)이 출간됐다.

이 시집의 출발점은 늘 ‘설자리(射臺)’다. 그러나 그 설자리는 곧 일상의 은유로 확장된다. ‘황학정의 사계’에서 계절은 자연의 변주가 아니라 활꾼의 몸과 마음이 반응하는 리듬으로 감각화된다. 겨울의 긴장, 여름의 무력, 가을의 관조, 봄의 회복은 자연의 묘사가 아니라 삶이 통과하는 내적 상태에 가깝다.

시인은 계절을 바라보지 않고 계절 속에 서 있다. 이 시집의 중요한 미덕은 전문성의 깊이를 숨기지 않는 태도다. ‘만작’, ‘발시’, ‘잔신’, ‘홍심’, ‘습사무언’, ‘동진동퇴’ 같은 활터의 언어는 주석과 해설을 동반하지만 시의 긴장을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낯선 언어들은 삶의 특정 국면을 정확하게 겨냥하는 개념어로 기능한다.

‘만작’은 단순한 기술 용어가 아니라 넘치기 직전까지 자신을 밀어붙이되 멈출 줄 아는 삶의 상태를 상징한다. ‘발시’는 포기가 아니라 결단이며, ‘잔신’은 끝난 이후에도 책임을 거두지 않는 윤리다. 특히 이 시집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잔신’의 개념은 주목할 만하다. 화살은 떠났으나 마음은 떠나지 않는 상태, 결과 이후에도 태도를 거두지 않는 자세,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희소해진 덕목을 정확히 겨냥한다. 성공이나 명중보다 이후의 사람됨을 끝까지 붙든다.

이러한 태도는 개인의 수양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의 윤리로 확장된다. ‘집궁례’, ‘삭회’, ‘동진동퇴’ 같은 작품에서 활터는 하나의 사회다. 먼저 들어가고 함께 나서야 하며 혼자만의 성취는 허용되지 않는다. 활터의 규칙은 곧 함께 사는 세계의 최소한의 질서로 읽힌다.

이 시집은 개인의 수행과 공동체의 질서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몸의 경험을 통해 설득한다. 또한 이 시집은 시간에 대한 감각이 매우 단단하다. ‘집궁회갑’, ‘납궁’, ‘쏜 살’ 같은 작품에서는 한 사람의 삶이 화살처럼 날아간다는 진부한 비유를 넘어서 시간이 몸에 새기는 흔적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닳아버린 궁대, 무뎌진 촉, 익숙해진 설자리, 시간은 회상이 아니라 마모의 감각으로 나타나며 그 마모를 부정하지 않고 끌어안는 태도에서 이 시집의 성숙이 드러난다.

문체 역시 이 시집의 큰 성취다. 과장되지 않은 언어, 군더더기 없는 직진성, 그러나 결코 건조하지 않은 밀도, 시인은 설명하려 들지 않고 보여주되 끝까지 버틴다. 활을 당기는 동작처럼 문장은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다가 정확한 순간에 풀린다. 이 덕분에 시편들은 짧아도 가볍지 않고, 길어도 늘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시집은 삶을 위로하기보다 바로 세우려는 책이다. 아픔을 달래기보다는 자세를 고치고 감정을 풀어놓기보다는 중심을 낮춘다. 그래서 읽는 이를 편안하게 하지 않는다. 대신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의 설자리를 돌아보게 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을 겨누고 있는가, 그리고 쏘고 난 뒤의 마음을 책임지고 있는가.

결국 이 시집이 도달하는 곳은 명중의 환희가 아니라 끝까지 서 있는 인간의 형상이다. 활은 과녁을 향하지만 시의 화살은 독자의 삶을 향해 날아온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 당신의 삶은 과연 ‘만작’에 이르렀는가.

반달뜨는꽃섬 소개

‘반달뜨는꽃섬 - 고요히 피어나는 언어의 섬.’ 반달뜨는꽃섬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반달처럼 세상의 소음과 빠른 흐름을 비껴가며 내밀한 언어의 꽃을 피워 올리는 작은 문학의 섬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들, 그러나 반드시 기록돼야 할 목소리들을 엮는다. 시, 소설과 에세이, 그 경계 없는 장르 속에서 삶의 진실을 꿰뚫는 통찰을 추구하며 단순히 책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사유의 방식’을 함께 나눈다. 한 줄의 시가 한 시대의 침묵을 흔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반달뜨는꽃섬은 낮은 목소리를 품고, 깊은 세계를 열며,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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